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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산책/독서일기

4. 노인과 바다

by lucky-yu 2020. 2. 10.

누군가가 <노인과 바다>가 자신의 인생책이라고 했다. 노인이 큰 물고기를 잡는 내용이라던데, 인생책이라고? 나는 이 책이 궁금해졌다. 왜 누군가에게 큰 울림을 주고 왜 노벨문학상과 퓰리쳐상을 받았는지 말이다. 그래서 마음이 바뀌기 전 연초에 후다닥 읽기로 결정했다.

 

책을 읽었으면 무언가를 건져야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고전인 만큼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책 내용에 푹 빠지기 보다는 '울림을 주는 내용'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었다. 그러다가 책을 다 읽어버렸다. ... 응? 이게 끝이야?

 

<이반 일리치의 죽음> 처럼 읽는 도중에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책을 덮고 가만히 명상해보니 이 책이 의도한(했을지도 모르는) 삶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인 산티아고와 동네 소년과의 우정을 통해 느껴지는 인간애, 노인의 신체는 노화되었으나 정신은 소싯적?의 강인함을 유지했다는 것, 그 패기를 가지고 망망대해에서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끝까지 악전고투하는 것, 어려움 속에서 노인이 긍정적인 생각하는 것, 상어가 물고기를 다 먹어치우도록 잠자코 두고보지 않았다는 것을 묘사했다. 혹자는 이것을 '인간의 존엄성'을 나타낸다고 했다. 글쎄, 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다는 점은 의미있는 교훈을 주기도 하지만 이것이 어떻게 '존엄성'과 연관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느낀 것은 인간의 존엄이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이었다. 그 강인했던 인간도 시간이 흐르면 힘빠진 노인이 된다. 제 아무리 발버둥처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자는 것. 최선을 다하되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어 육신에 힘이 없을 때는 더욱더 영리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에 충분히 실을 수 있는 크기의 물고리를 잡아야할 것이다(큰 물고기를 잡고 싶다면 큰 배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어로부터의 예상된 공격을 막아야한다. 그래야 대자연의 섭리 속에서 그나마 고생한 댓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