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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산책/독서일기

3. 유혹하는 글쓰기

by lucky-yu 2020. 1. 31.

 

글쓰기 관련 서적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책이 바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였다. 그래서 줄곧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새 해가 되자 불현듯 이 책이 생각나서 바로 주문해서 읽었다. 총평은.. 글쓰기 책이라기보다는 인생의 교훈을 주는 책.

어렸을 적부터 수많은 거절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계속했다. 이 점이 그를 작가로 만든 것이 아닐까. 나 같았으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벼' 하며 그만두었을 것 같다. 그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이유는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의 책 이곳 저곳에서 현실을 잊기 위해 독서를 하고 시간을 떄우기 위해 글쓰기를 한다고 했다. 유년기 가혹한 환경이 그를 만들었다.

그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계속' 써야할 것을 강조했다. 글쓰기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분이다. 또한 연장통을 채우고 수시로 그 연장통을 들여다 보라고 한다. 그 연장통에 들어가야할 가장 중요한 것들은 낱말과 문법이다. 낱말은 독서를 하면 저절로 많이 알게 되고 문법은 어렸을 적에 익힌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그럼 결국 또 독서하고 쓰라는 얘기.' 

다독과 다작이야기 외에도 부사와 수동태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용도 나온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 '수동태는 나약하고 우회적이다.' 이 부분에서 뜨끔했다. 진짜로, 내가 부사를 쓰는 이유는 사람들이 내가 의도하는 바를 잡아내지 못할까봐이다. 수동태를 쓰는 이유는 자신이 없어서. 윗 문장에서 '진짜로'로 마찬가지. 사람들이 나의 진정성을 못느낄까봐.

그의 책에서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을 때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현실을 잊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을까. 그는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어 하나도 생각하기 어려웠지만 그는 계속 썼다. 점점 글쓰기가 익숙해지고 수월해진다. 그리고 어느샌가 원래 자신의 글쓰기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작가들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고,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작가들은 하나같이 독서와 글쓰기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독서와 글쓰기를 하지 않을 수백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도 목표가 있을 때 그것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중환자도 컴퓨터를 켜고 글쓰기를 하지 않는가.

내가 열네 살쯤 되었을 때(이 무렵에는 필요가 있든 없든 일주일에 두번씩 꼬박꼬박 면도를 했다) 그 못은 꽂혀 있는 거절 쪽지들의 무게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못을 더 큰 것으로 바꾸고 글쓰기를 계속했다._47

그러다가 시든 소설이든 단 한 줄이라도 발표한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에게서 하늘이 주신 재능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듣게 마련이라는 것을 내가 비로소 깨달은 것은 아마 마흔 살 때였던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그림이나 무용이나 조각이나 노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의 기분을 망쳐놓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_59

"어떤 이야기를 쓸 때는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원고를 고칠 때는 그 이야기와 무관한 것들을 찾아 없애는 것이 제일 중요해"_68

인간이 달에 올라갔고 나는 우등생 명단에 올라갔다. 기적과 불가사의가 차고도 넘쳤다._73

나에게 소설은 잠시나마 사장 브룩스 씨나 감독 해리에게서 벗어나는 탈출구였던 것이다._84

나는 대개 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듣고(축약본은 형편없다고 생각하므로 하므로 반드시 원본 그대로인 것을 고른다) 어디에 가든지 책 한 권을 들고 다닌다. 언제 어느 때 탈출구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_126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글쓰기에서도 자기가 가진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으면 설령 힘겨운 일이 생기더라도 김이 빠지지 않고, 냉큼 필요한 연장을 집어들고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 각각의 연장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그 기능을 되새겨보고, 만약 놀이 슬었다면(오랫동안 점검하지 않았다면 그럴 가능성이 많으니까) 깨끗이 닦아야 한다. ..... 자주 쓰는 연장들은 맨 위층에 넣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는 연장은 글쓰기의 원료라고 할 수 있는 낱말들이다._137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쉬운 낱말을 쓰면 어쩐지 좀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낱말을 찾는 것이다. ..... 내 말뜻은 굳이 천박하게 말하라는 게 아니라 평이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라는 것이다._141

수동태는 나약하고 우회적일 뿐 아니라 종종 괴롭기까지 하다. ..... 여기서 한 번 더 기억해두자. '작가에 의해 밧줄이 던져졌다'가 아니라 작가가 밧줄을 던졌다'라고 써야한다. 제발, 제발 부탁이다_149

'부사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니다.' ..... 한편 부사를 많이 쓰는 작가는 대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다. 자신의 논점이나 어떤 심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나는 믿는다._151

어떤 작가들은 부사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슬쩍 피해가려고 동사에 잔재주를 부린다. 그 결과는 저속한 삼류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다. "입맞춤을 멈추지 말아요!" 하고 세이나가 헐떡였다._153

여러분의 독자가 늪 속에서 허우적거린다면 마땅히 밧줄을 던져줘야 할 일이다. 그러나 쓸데없이 30미터나 되는 강철 케이블을 집어던져 독자를 기절시킬 필요는 없다._155

막상 글을 쓸 때는 문단을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맺을지를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요령이다. 나중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고쳐도 된다._160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_176

그러므로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평범한 작품과 아주 한심한 작품들을 경함한다. 이런 경험을 쌓아두면 나중에 자기 작품에 그런 단점들이 나타났을 때 얼른 알아보고 피해갈 수 있다. 또한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훌륭한 작품과 위대한 작품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과연 이런 작품도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다양한 문체를 경험한다._178

여러분은 그중에서 특별히 멋있어 보이는 문체를 모방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다. ... 제임스 M.케인의 책을 읽을 때는 내 문장도 뚝뚝 끊어지면서 건조하고 삭막해졌다. 러브크래프트의 책을 읽을 때는 내 문장도 화려하고 복잡해졌다. 이렇게 여러 문체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만의 문체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폭넓은 독서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작품을 가다듬어야 (그리고 갱신해야) 한다._179

독서가 정말 중요한 까닭은 우리가 독서를 통하여 창작의 과정에 친숙해지고 또한 그 과정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작가의 나라에 입국하는 각종 서류와 증명서를 갖추는 셈이다._183

간혹 나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는 사람이 있을 때(터무니없는 발상이지만 도무지 피할 길이 없다) 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대답하곤 한다.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적어도 1999년 여름에 길가에서 승합차에 받히는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그랬다)과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 .....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뒤집어도 역시 옳다고 믿는다. 즉 글을 쓰면서 그 속에서 기쁨을 느꼈기에 건강과 가정 생활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_188

우리가 하루 일과를 지키는 것은-즉 날마다 같은 시간에 안으로 들어갔다가 종이나 디스크에 1천 단어를 옮겨놓은 후 바으로 나오는 것은- 버릇을 들이기 위해서다. ..... 그러나 여러분에게는 우선 방이 필요하고, 문이 필요하고, 그 문을 닫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아울러 구체적인 목표도 필요하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들을 오래 실천하면 할 수록 글쓰는 일이 점점 쉬워진다. .....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날마다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또는 일곱 시부터 세 시까지 반드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뮤즈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면 뮤즈는 조만간 우리 앞에 나아타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마술을 펼치기 시작할 것이다._191

나는 마치 시냇물 속에 비뚤비뚤 놓여있는 미끄러운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힘없는 노인처럼 낱말 하나하나를 어렵사리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날은 영감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오기를 가지고, 그리고 이렇게라도 계속하다 보면 곧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버텨낼 뿐이었다._330

그날 오후에는 특별히 기적적인 진전은 없었다.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모든 노력에 수반되는 평범한 기적이 있었을 따름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다만 얼마쯤 뒤에는 낱말들이 더 빨리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점점 더 빨라졌다는 것뿐이다. ... 그렇다고 신나거나 흥겨운 느낌은 아니었지만-적어도 그날은 아니었지만-성취감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했다. 어쨌든 시작은 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직전이 가장 두려운 순간이다. 그 순간만 넘기면 모든 것이 차츰 나아진다._331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여러분도 해야 한다는, 그리고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여러분도 해내게 될 것이라는 나의 장담이다. 글쓰기는 마술과 같다. 창조적인 예술이 모두 그렇듯이, 생명수와도 같다. 이 물은 공짜다. 그러니 마음껏 마셔도 좋다. 부디 실컷 마시고 허전한 속을 채우시기를._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