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생활하는 동안 강원도 여행책을 내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집필하기에 앞서 책을 내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고른 책이 <책쓰기가 이럴게 쉬울 줄이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출판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내가 가지고 있던 환상은 1. 고상하게 책을 집필한다. 2. 출판사에 보낸다. 3. 출판사에서 '와우, 이 아이디어는 정말 참신하네요. 계약합시다.' 4. 책을 수정 및 편집한다. 5. 출판한다. 6. 책이 팔린다. 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나의 환상과는 전혀 달랐다. 일단 내가 출판사에 보낸 샘플 원고가 채택된다는 보장은 1도 없었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출판사들은 하루에도 수십개씩 원고를 받아보기 때문에 내가 보낸 이메일을 출판사가 열어보도록 유도하기 위한 낯뜨거운 메일 제목(가령, 초판 3쇄를 한달 안에 찍고 싶으면 이 메일을 보세요! 이런 식.)을 써야한단다. 나랑은 안맞는다.
더군다나 책의 내용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구매해 줄 수 있는 책의 부수(몇 백부에서부터 몇 천부까지)와 기획안-책의 제목, 저자, 핵심 콘셉트, 분야/타깃, 주요 내용, 예상 목차 및 구성, 차별화 지점/유사도서, 출간 시기/홍보전략-까지 작성해서 보내야한단다. 이 책은 책쓰기의 '현실(나의 책이 나만의 책이라는)'을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기 위해서는 출판사로 하여금 투자를 하도록 하기 위해 기획자의 역할까지 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저자가 책 서두에 작가(作家)는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한 의미를 책장을 다 덮고나자 이해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나같은 초보작가가 되고싶어하는 예비작가는 사전적 의미의 작가-문학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는 잊고 作家의 한문 직해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내가 지금 굳이 책을 써야하나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다만, 이 책은 철저한 실용서이니 훗날 내가 책을 정말 내고 싶을 때 다시 꺼내들고 저자의 말대로 밑줄치며 정독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지 출판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보다는 책쓰기를 위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만이 내 머릿속에 남는다.
독서가 주는 고마움
1.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시대의 지식인과 소통하여 창조적 아이디어를 얻게 해준다.
2. 혼자 있을 때 자아의 힘에 눈뜨게 하고 마음을 강하게 한다.
3.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주고, 마음을 안정되게 하고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4.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고, 깊은 내면에서 솟구치는 욕망의 갈증을 해소해준다.
5. 인생의 목적을 현명히 바라보도록 해주고, 혼란과 방황을 멈춰주며, 굳건히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6. 책을 읽고 토론하며 고찰하는 행위를 통해 해박한 지식과 예술적 통찰력을 갖게 해주고, 지적인 교제를 하게 해준다.
7. 깨달음과 즐거움에 눈을 뜨게 하고, 자기 자신과 대화할 수 있도록 지혜의 창을 열어준다.
처음에는 쉽고 재미있는 책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어려운 고전과 한 번 읽어서는 이해하기 힘든 책들을 독파해가면서 나는 더욱 겸손해지고 또 동시에 자존감을 회복하고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 일을 하면서 정말 수많은 저자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삶과 가치관과 철학에 대해 공감하고 또 질문하였다. ..... 내가 얼마나 옹졸한 인간이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식견이 얼마나 좁았는지도 깨달았다.(_43)
책 속에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 내 생각들, 내가 공부하고 연구하고 경험한 것들이 담긴다. 책 학 권을 쓰기 위해 우리는 많은 책을 읽고 자료를 찾고 또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다른 일을 할 때보다 훨씬 집중하고, 감성을 끄집어내고, 좀 더 좋은 구상과 문장과 어휘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_195)
앨리슨 베이버스톡의 <당신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에 소개된 '창의력 키우기 10가지 방법'을 간단히 소개해보겠다.
첫 번째, 무조건 많이 읽어라. 다방면으로. - 늘 읽는 분야의 책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 생소한 분야의 책도 읽어보자.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책을 읽으며 여러 저자를 만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참신한 사고를 하는 두뇌로 길들여질 것이다.
세 번째, 시간을 투자하라. - 책쓰기는 단순한 취미라고 하기엔 매우 난도가 높은 일이다. 일단 제대로 하고 싶다면 충분히 시간을 투자하라. 하루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을 투자하는 것도 좋다.
네 번째, 재미있게 살아라. 계획하지 않았던 일을 하라. - 자꾸만 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계획에 없던 일을 한 번씩 도발적으로 함으로써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
일곱 번째, 새로운 것을 배워라. -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닫혔던 두뇌의 문이 열린다.
열 번째. 자신만의 의견을 가져라. - 이 말은 자기주장이 뚜렷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 삶의 기준, 가치관 등을 명확히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창의적 사고 또한 이 바탕 위에서 재창조되며 만들어진다. 이러한 사고는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데 맪은 도움이 된다.(_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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