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내가 그토록 원하던 두 가지일 모두 뜻대로 되지 않아 한동안 우울함, 자존감 상실, 수치심 속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방황하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남편이 엄마껌딱지인 딸내미를 맡기로 하며 나에게 서점에 갈 자유를 주었다. 단 1시간 동안 서점에서의 자유 속에서 내가 고른 책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였다.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며, 나에게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책을 기준으로 하여 고르다보다 자연스레 베스트셀러 코너로 가게 되었고 그 중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그냥 고른 책이다.
저자는 책 초반부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언급한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어떤 남성이 튜브를 탄 채 표류하고 있다가 또다른 표류하고 있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둘은 맥주를 한 잔 하고는 여성은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섬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고 밤낮없이 열심히 팔을 저어 섬에 도달하여 살게 된다. 반면 남성은 맥주를 마시면서 구조되기를 기다리는 쪽을 선택하고 그렇게 기다리다가 지나가던 선박에 발견되어 구조된다. 이들은 얼마 후 다시 만난다.
이 때 여성은 억울함을 느낀다. 남성은 본인과 달리 살기위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기에 죽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둘이 똑같이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인생이란 정말 그런것 같다.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없다? 아니, 최선을 다해서 더 원망스럽고 더 후회된다. 다른 사람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것만큼 좌절감을 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난 정말 이것을 원해요.'라며 나의 패를 다 꺼내보였음에도 거절당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반면 나보다 노력을 덜 한(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선택되었을 때의 그 박탈감이란.
정말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이제 33년 남짓 살면서 요즘처럼 인생의 풍랑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었었기에 '난 마음먹고 노력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어' 라는,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한편으로는 거만한 마음가짐을 가졌었다. 그래서 현재가 불만인 사람은 본인들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건데 왜 저리 불평불만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은 나라는 사람은 바다 위에 표류하는 작은 돛단배같다는 생각을 한다. 파도가 잔잔할 때는 열심히 노를 저으면 그만큼 전진할 수 있지만, 태풍에는 아무리 노를 저어도 제자리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꾸러질 수 있는. 그러나 태풍이 올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기에 관성적으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려 안간힘을 쓰는.
비록 선택받지 못했지만, 나를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이메일을 보냈다. 황팀장님께서는 나의 실력이 부족한게 아니라고,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고 더욱 칼을 갈고 닦아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더 많은 것을 얻어오면 된다고 답장을 해주셨다.
아, 위로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될 수 있구나.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최근 '실패 극복' 과 관련해서 본 그 어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보다도 위로가 된다. 아마도 나의 상황과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분의 위로이기에 나의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지금은 풍랑의 시기일 뿐이라고, 내가 노를 못저은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이제 다시,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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