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가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나 단순히 제목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책을 선택할때 크게 고려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초격차 서평을 보게 되었고 몇몇 사람들이 “자기계발서 중 최고”라는 평을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삼성전자 임원이 썼다기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부자들, 권력자들 등 자본주의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을 혐오에 가깝게 싫어하는 신랑은 왜 이런 책을 읽냐며, 누군가 대필해준게 틀림없다며 나를 구박?했다. 그러나 나는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꿋꿋히 읽어내려갔다. (후에 신랑은 나에게 이 책의 내용을 슬쩍 물어봤다. 날 구박했던 신랑이 얄미워서 단 한 자도 말해주지 않았다^^;;)
책을 받으면 항상 목차부터 훑은 후 읽고싶은 부분부터 먼저 읽기 시작하는데, 목차를 보니 나에게 맞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 ‘리더’의 행동양식, 마음가짐 등 리더들에게 필요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이제 입사 5년차인 내가 읽기에는 맞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역지사지의 심정(혹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심정;;)으로 리더의 심리를 엿보자고 마음 먹고 읽어 내려갔다.
우리는 ‘해야 할 일 목록’ 작성은 잘하는데, 하지 않아도 될 일의 목록을 만드는 데는 서툽니다.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불필요한 일을 해야 할 일의 목록에서 덜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를 위한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_74)
사실 전적으로 와닿지는 않지만 이해는 된다.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하루에도 몇 개씩 크고 작은 일이 생긴다. 간단하고 쉬운 일 먼저, 어렵고 긴 호흡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나중에 하곤 한다. 그리고 그 먼저, 불필요한 일을 제거해야 한다.
먼저 과도하게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만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됩니다. 그러려면 첫 번째로 해야할 일은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일 목록’을 만드는 것입니다. … 생텍쥐페리의 명언인 “완벽하다는 건 무엇 하나 덧붙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_83)
즉 과도하게 많은 시간에 일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리라. 정말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전망 업무를 맡은 요즘, 전망 시즌이 되면 정말 죽을 맛이다. '삽질도 결국 다 도움이 되요'라고 신입때 담당 과장이 말했다. 그 때는 그 말을 믿었으나 이제 내일 모레(까지는 아니고 6~12개월 후) 승진을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더이상 믿기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인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도 모든 실패의 경험이 다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불필요한 삽질(때론 필요한 삽질도 있다는 건 인정)이 조금만 줄었으면 좋겠다.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인재는 없습니다. 따라서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인재상부터 규명하는 것입니다….. 제일 먼저 제외시켜야 할 사람은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사람, 겸손하지 않고 무례한 사람입니다……….두 번째로 후보 리스트에서 제거해야 할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입니다. 이렇게 소극적인 사람들은 주위 동료들에게 부정적인 기운을 확산시킵니다….. 세 번째로 경계해야 할 사람은 뒤에서 딴소리하는 사람입니다. … 이런 사람은 조직 문화를 해치고 내부의 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에 반드시 후보 리스트에서 제거해야 합니다.(_256~257)
겸손하고 무례한 사람,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 뒤에서 딴소리 하는 사람.. 나는 이런 종류의 사람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평판'을 가장 중요시여긴다. 사장님께서도 평판이 중요하다고 공공연히 말씀하시니 우리 회사 직원은 '평판'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겸손하려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려고, 뒤에서 딴소리 안하려고 노력은 한다. 그러나 악마같은 책임자를 만나도 겸손해야 하나요, 너무 적극적이면 과장님이 부담스러워 한다는데요, 속으로는 딴소리 할 수도 있는거자요..라고 변명해본다. 돈벌기 쉽지 않다.
여러분이 중간 관리자로 직급이 올라갔다는 것은 부하 직원들을 자식 돌보듯 하란 뜻입니다. 부하 직원들을 닦달해서 부서의 성과를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좋은 관리자가 아닙니다. 자식에게 욕먹는 부모는 좋은 부모가 아닙니다….. 부하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관리자가 되십시오. 내가 관리자로 있을 때 반짝 성과를 내서 더 높이 승진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곧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_263)
나는 존경받는 관리자가 되고싶다. 같이 일하는 직원과의 관계가 나의 사무실 생활의 후생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그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하 직원을 닦달할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닦달하고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나름 8년 직장생활의 경험으로부터 내가 능력이 있어야 일처리가 매끄럽고 그래야 서로서로 웃으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좋지요. 그러나 그 사람이 화가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 수천수만 번의 데생을 통해서 자신의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누가 뭐래도 일단 그림을 잘 그려야 화가가 되는 법입니다. 그런데 화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오페라 극장에 들락거리면서 음악 공부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탁월한 화가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_274)
이 부분에서 상당히 뜨끔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경제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건만 업무 시간 외에는 경제학 책을 들고만? 다녔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도 업이 되면 지겨워지는 것처럼, 경제학을 업으로 하는 나로서는 퇴근 후 경제학 관련 서적을 읽으면 왠지 야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경제학 관련 책을 읽다가도 억울한 생각이 들어 몇 장 읽다가 다른 책을 꺼내고, 또 몇 챕터 읽다가 다른 책을 읽는다. 수천수만 번의 데생을 하는 심정으로 야근을 하고 있다는 억울한 감정으로부터 나를 추스려야?겠다.
회사에서도 자기 일, 자기 아이디어, 자기 생각은 없고 오직 남이 시키는 일, 상관이 시키는 일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 생활이 고달프기 그지없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리더의 잘못입니다. 직원에게 그들만의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결정권을 위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_287)
이것이 내가 진짜 승진하고 싶은 이유이다. 물론 현재의 직급에서의 나는 책임질 일도 거의 없고 그래프 그리라면 그리고 자료 찾으라면 찾으면 그만인 속편한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이 시키는 일에만 매달리다보나 내내 허전하고 보람이 없다. 이렇게 괴로워하는 나를 자책하며 "나는 정말이지, 성취 지향적 인간인가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보자마자 안도감을 느낌과 동시에 위안을 받게 되었다.
리더가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말할 때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른바 ‘야생마’가 드러나는 순간이지요. 그 야생마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자신의 판단을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삼고 큰소리치는 인물입니다. 그는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렇게 해야합니다.”, “저렇게 해야합니다” 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야생마들은 조직에 위험을 초래합니다. 자신의 지식을 맹신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해서 조직의 균형을 깨트리는 사람입니다.(_299)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나 오만하만 안된다고 예전 회사 선배가 그랬다. 역시 돈벌기 어렵다.
우리에게 역경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는 실패의 경험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목표는 상사가 내려주고, 모든 구성원이 그것을 공유한다고 해도, 막상 그 일을 실행하는 방법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담당자에게 위임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고 비록 그 일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도 우리는 이 경험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게 되고, 또 역경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게 됩니다.(_309)
모든 실패가 다 성공의 어머니는 아닌 것이다. 영리하게 실패해야 거기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실패의 경험을 기록해두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제 인생의 세 번째 시련은 제 후배가 저의 상사로 발령이 났을 때였습니다. 학교 후배가 저보다 먼저 승진을 했고 저는 그 후배에게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 편치 않은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난관이 있었기 때문에 더 분발할 수 있었고, 사업적인 측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배에게 업무 보고를 해야 했던 인고의 세월은 무려 8년이나 이어졌습니다. 그 당시 저는 매일 다짐했습니다. 참자. ‘참을 인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을 새기며 그렇게 8년의 세월을 버텼습니다(_317)
OMG.. 8년 동안이나 후배에게 업무 보고를 해야했다니. 직장생활은 냉정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작가는 그런 세월이 있었기에 더 이를 악물고 일을 했을 것이다. 얼마전 도서관에 갈 일이 있어 잠시 훑어봤던 '미움받을 용기'에 따르면 심리학자 아들러는 열등감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열등감이 동기부여가 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든다고 한다. 단, 열등감이 컴플렉스가 되어 '난 해도 안될거야..' 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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