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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산책/독서일기

21. 보고서의법칙

by lucky-yu 2019. 6. 14.

올 초 과장이 된 이후 줄곧 무의식적으로 '보고서'를 (잘)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작년 중순 즈음부터 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읽는 내용들이 언젠가는 책임자 구실을 하는데 도움이 되겠거니'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일독하고 하니 뭔가.. 감이 잡힌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제목-개요-배경-현황-문제점-개선방안" 의 틀을 따르라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보고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자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료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폭풍공감한 부분이었다. 이 수많은 퍼즐조각(자료)을 하나하나 세세히 분석만 할 뿐 이것들을 어떻게 맞춰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보고서 작성에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퍼즐 조각들을 '제목-개요-배경-현황-문제점-개선방안'에 맞춰 분류하고 각 해당부분에 끼워놓으면 '그리 어렵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책 후반에 나오는 여러 다양한 연습문제들을 풀어보면서 그 작업이 이론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본격적으로 '과장' 구실을 하기 전에(책임이 그리 무겁지 않을 때 혹은 나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때) 무조건 많은 보고서를 작성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설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은 보고서에 써야 할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보고서 작성은 결국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아이디어, 텍스트 중 일정한 기준에 따라 어떤 것은 '선택'하고 어떤 것은 '제외'해야 합니다. 선택한 것은 최대한 요약해 짧게 만들어야 합니다. 상관과 대표의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것들을 잘 배열해야 하는데, 여기에 구성 전략이 필요합니다. '인지적 노력(cognitive demand)'을 들이지 않고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합니다.

굳이 다음의 한 줄을 이으려 애쓰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내용의 블록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쓰기 용이한 것부터 블록을 만들다보면 좀 전에 잘 풀리지 않았던 블록의 한 줄이 떠오릅니다.(_28)

나중에 수정되더라도 일단 가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 분야 특성화로 가야겠다는 결정이 이 기획보고서가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용건이 되는 것입니다. 이 용건을 뒷받침해줄 이유와 근거, 방법을 찾아봅니다.  ..... 용건/이유,근거,방법이 이 보고서의 핵심입니다. (_31)

보고자와 의사결정권자가 서로 소통해야 하는 사항은 '어떤 일을 하고 나니 이런 결과, 이런 정보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보고자는 의사결정권자에게 이 결과 정보를 집약적으로 전달하고 이것들이 어떤 근거와 이유에 바탕을 둔 것인지 설명해야 합니다.(_44)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것이 보고서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에선 직원들에게 가급적 보고 내용을 '한 장짜리 보고서(One Page Report, OPR) 이나 한 장짜리 제안서(One Page Proposal)'로 만들 것을 주문합니다. 물론 OPR, OPP가 물리적으로 한 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대한 짧은 분량에 핵심을 담으라는 뜻입니다.(_57)

핵심 포인트가 잘 드러나게 하려면 분석이나 통계 같은 복잡한 요소들을 뒤로 빼내 짧고 압축적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래야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메시지와 문제의식이 명료하게 드러납니다.(_60)

핵심은 그 글의 용건(결론,주장), 그리고 이유,근거로 구성됩니다. ..... 그렇다면 글에서 핵심(core)을 추출한 뒤 남는 부분을 무엇이라 부를까요? 그것은 참고(reference)입니다. 참고는 독자가 핵심을 더 풍부하고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핵심에 충실히 봉사하지 않는 참고는 군더더기입니다. 이런 군더더기는 과감하게 덜어내야 합니다.(_65)

요약의 팁, 요약의 효용 - OPR을 쓰거나 보고 내용을 요약할 때 알아두면 유용한 몇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요약은 그것만으로도 독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요약은 텍스트 전체를 읽고 난 다음 읽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 텍스트를 읽지 않고도 핵심을 전달해야 합니다. ...

둘째, 추상화나 개념화 일변도로 흐르지 않게 해야 합니다. ..... 추상화와 개념화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와하는 방법은 예시를 넣는 것입니다. ... 그냥 '비용이라고 하지말고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 비용'으로, 그냥 '전문직'이라고 하지 말고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항상 추상이나 개념어를 쓸 땐 'A, B, C 등 무엇'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_75)

두괄식의 장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독자가 글의 핵심을 파악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둘째, 용건(결론,주장)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이유, 근거를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압축적 표현이 가능합니다. 앞에 제시한 용건(결론, 주장)이 이 글 전체의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목표가 명료하게 제시됐기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지 않습니다. ..... 셋째, 글의 논지가 흔들릴 위험이 줄어듭니다. 독자는 시작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고 어떤 프레임이 만들어졌는가에 따라 뒤에 오는 내용을 이해하고 판단합니다. 용건부터 명확하게 던지면 설사 뒤에 나오는 이유, 근거들이 부족하거나 모호하더라도 독자들은 일관된 논리적 흐름으로 받아들입니다.(_111)

우리의 뇌는 같은 차원, 같은 레벨의 정보를 3~4개 정도까지는 잘 소화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넘겨버리면 감당하지 못합니다.(_126) 같은 레벨의 정보가 5개 이상이면 카테고리를 활용해 무조건 나누고 묶어야 합니다.(_129) 한마디로 카테고리는 보고서를 통해 전할 내용을 유사한 속성이 있는 것들끼리 묶고 그 위에 적절한 이름표를 붙이는 일입니다.(_130)

보고 내용을 구조화하는 것, 생각의 집을 전달하는 것, 이것이 바로 개조식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_141)

구조로 전달하기: 질적 포괄과 양적 포괄 - 위 층위가 아래 층위를 포괄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질적 포괄입니다. 이유, 근거에 가까운 A, B, C를 아래 층위에 놓고, 용건(결론, 주장)에 가까운 D를 위 층위로 만들어 포괄하는 것입니다.

둘째, 양적 포괄입니다. 아래 층위에 A, B, C가 있다면 그 내용을 압축하고 추상화해 ABC로 위 층위를 만들어 포괄하는 것입니다. 위 층위와 아래 층위는 요약-부연설명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_144)

보고서에 사례, 비유, 인용, 핵심 키워드와 카피, 통계, 시각화 등을 활용하면 직관성과 설득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_162)

글을 퇴고할 때 육하원칙, 숫자, 고유명사, 오감(색, 모양, 맛, 소리, 냄새 등)을 넣으면 글의 해상도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설득력도 높아집니다.(_169)

통계를 보고서에 활용할 때는 단순하게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의미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해석해주어야 합니다. ..... 통계 그래프에 있는 숫자에게 특징을 잡아내고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내야 합니다. 전자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증감, 변화의 내용을 숫자로 설명해야 합니다.(_172)

이렇게 글쓰기, 특히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는 '적재적소(適所)'의 방식이 아니라 '적소적재(適所適材)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적재(내용)로 적소(형식)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적소(형식)에 따라 적재(내용)를 선택한다면 보고서 작성 과정이 더 명료해집니다.(_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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