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family doctor 방문
- family doctor와 윤하의 백신 접종 문제에 대해 상의했는데, 그 분은 코로나 백신 자체에 대해 회의적일 뿐만 아니라 면역체계에 문제가 없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benefit보다 risk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백신에 회의적인 사람을 주변에서 처음 봤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의사라는 점에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일단 나만 먼저 부스터샷을 맞기로 잠정 결론.
- 미국에서는 진료보고 오면 진이 다 빠지는 듯. 첫 방문이라 그런지 몰라도 병원다녀와서 드러누워 쉬었다. 주치의 한 명 만나는데 대학 병원 느낌?으로 먼저 1층 접수 데스크로 가서 의료보험 카드 및 id를 제시해야한다. 그리고 5층으로 이동 후 좀 기다렸다가 간호사와 이런 저런 수치들을 잰 다음, 룸에서 대기하면 의사가 들어온다. 의사를 만나기까지 대략 1시간 남짓 걸린듯.
- 한국에서는, 특히 내가 살았던 춘천에서는 소아과 방문시 인기있는 소아과의 경우 기본 1시간 이상을 대기해야한다. 그 좁은 대기실에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뒤섞여 어른들은 스마트폰을 보고 어린이들은 왔다갔다를 반복한다. 나는 이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너무 짜증이 났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 끝에 의사와 나누는 대화가 5분 내외의 시간동안 10마디 안팎임을 알기에.
- 여기서는 의사와 만나기까지 비슷한 시간이 걸렸지만 40-50분 면담을 한 것 같다. any other questions?, more questions? final question? 이런 질문을 계속 받는다. 즉, 어렵게 왔으니 당신이 궁금해했던 것을 다 물어보고 가시오 느낌. 내가 묻는 질문에 대해 길~게 성의껏 대답해줘서 약간 의아할 지경이었다. 내가 교수님과 미팅하면서 나누는 대화 수준인데, 그 주제가 내 연구가 아닌 윤하 건강 문제인 느낌. 한국에서는 시간에 쫓겨 나 스스로 질문하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대답도..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아무튼 병원에 한 번 다녀오면 괜시리 언짢았기 때문이다.
- 총평
: 여기서는 의사, 간호사가 1:1로 환자를 대하는 느낌. 한국에서는 1:多 의 관계.
: 의료보험 자체가 비싸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불해야하는 병원비가 크기 때문에(작년 윤하의 손등 엑스레이 비용은 무려 30만원... 보험이 적용되었는데도 말이다.) 수요 측면 에서는 정말 소수의 필요한 사람들만 병원에 가고, 공급 측면에서는(공급은 매년 비탄력적으로 정해지겠지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국의 의료보험체계를 선호한다. 의사들의 공급을 늘린다면(특히 지방에).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의사를 만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오늘의 진료는 작년 10월 달에 예약한 것이었다...) 의료보험이 사보험이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아프면.. 안된다.
: 우리나라의 의사 공급이 더욱 많아지기를 정말 간곡히 바란다. 서울은 모르겠지만 지방은 정말.. 최악이다. 의사의 수는 적은데 의료서비스 비용이 낮으니 수요가 엄청나다. 예전 집앞의 이비인후과 의사는 그 많은 환자들을 소화하느라 항상 눈이 퀭한 상태로.. 늘 기운이 없는 상태였다. 내가 다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어느 피부과 의사는 내가 증상을 말하니, 그 사람도 '진단명'과 '약처방' 만을 간단히 말하고 나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공급이 적으면 이런 갑질이 나타나기도 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선호하는 이유는 공적보험이기 때문에 의료 비용이 낮아 저소득층도 아플 수 있고?, 사보험이 가진 단점(비싼 보험료, 비싼 의료비용, 내 보험으로 커버되는 의사를 찾는 시간 노력, 그 중에 좋은 의사를 찾는 시간 노력, 긴급한 상황에서도 보험 적용이 가능한 의사를 찾는 시간 노력, urgent care를 가면 끝장이라 늘 불안해해야하는 상황 등등)이 없기 때문이다.
: 고비용-고품질 서비스 vs. 저비용-저품질 서비스(의사들의 수준은 높겠지만, 그들의 지식을 환자들과 나누는 시간 및 노력 측면에서는 저품질인 것 같다). 난 맘 편히 병원걱정 안하고 살 수 있는 후자를 선택한다. 저비용-고품질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