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딸아이와 함께 서점에 갔다. 1층은 문구, 2층은 어린이서적과 미끄럼틀 및 카페, 그리고 3층으로 이루어진 서점이다. 사회과학 및 인문책이 있는 3층으로 향하고 싶지만 거의 언제나 2층을 맴돈다. 딸아이가 미끄럼틀을 타고 놀 동안 나는 교육서적 주위를 얼쩡거린다. 그러다가 고른 책이 입시책이라니, 그것도 초등부터 시작하라고 압박하는 책이다.
윤하를 낳고 나서 나는 입시교육에 유난떠는 엄마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교양인으로 키우고 싶었다. 책을 사랑하고, 클래식을 들을 줄 알며, 스트레스를 자기보다 약한 자가 아닌, 운동으로 푸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원한다. 그런 내가 기어코 입시책을 들고야 말았다. 맙소사.
같은 시기에 딸아이를 낳은 직장 동료가 있다. 그녀가 얼마 전부터 대치동 교육을 칭송하기 시작했다. 대치동에서 쭉 공부해온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공부 격차가 점점 벌어질 것이라며.. 나에게는 협박으로 들렸다.(물론 그녀도 대치동으로 아직 진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단히 노력중으로 보인다.) 그녀도 처음엔 입시에 목매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내 아이가 내가 그리던 교양인이 되었다고 치자. 그런데 성적이 하위 10%라면? 아찔하다. 하위 30%라면? 안돼. 50%라면? no. 상위 30%? 2% 부족하다. 상위 10%? 흐음... 그렇다. 나는 공부를 매우 잘하기 원하는 그냥 대한민국 보통 엄마였던 것이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잠재의식이 나를 이 책으로 인도한 것이겠지.
다행히 이 책에서는 '독서'를 강조한다. 편중된 독서가 아닌 광범위한 독서를 권장한다. 서울대 도서 목록만 읽은 아이는 '좋게' 보지 않는단다. 속으로 생각한다. 서울대 도서 목록만 읽기도 쉽지 않아요.
이 책에서는 '성공적'인 입시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은 내리지 않는다. 다만 꾸준히 독서하고, 지나친 선행학습을 하지 말 것이며 등등등. 그러나 나의 머릿 속에서는 1학년 때는 뭘하고, 2학년 때는 뭘하고, 3학년 떄는 뭘하고 등등등. 이런 것들이 떠올라서 괴로웠다. 서서히 '성적좋은 교양인'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느낌이다.
정말 대치동이 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