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간 참 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자꾸 이런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은 나의 관심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제목이다. 불행 피하기 기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나의 감정을 바라보라는 것, 공적인 자리에서 지나치게 솔직할 필요 없다는 것(낙심, 좌절,의심 등의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 마음에 드는 책을 두 번 읽으라는 것, 불행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나에게 달려있다는 것,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에게 자리를 내어주라는 것, 자신만의 사일로를 만들고 그 사일로 밖으로 벗어나지 말라는 것 등이 있다. 다 읽고 책을 덮었을땐 기억에 남는게 없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글로 적으니 이것저것 많구나.
며칠전 인사발령이 났다.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았다. 역시나. 팀장님께서 괜찮냐고 물어보신다. <불행 피하기 기술>을 막 읽은 나는 '괜찮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한다. 그리고 그 날은 정말로 괜찮았다. 나는 포르투나의 존재를 인정하기에. 그리고 공적인 자리에서 좌절감을 드러내는 것은 상대방에게 나를 우습게 볼 기회를 주는 것이기에, 나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조직에서 이런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오늘 아침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괜찮냐며. 내가 '계속 되는 일이 없다'고 시크하게 던진 말에 속이 상해 전화했단다. 그리고 나서 그동안 가볍게 다루려고 했던 나의 부정적 감정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남편의 '토닥토닥'이 날 울컥하게 만들었다.
회사가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젠가 한 번은 기회가 온다는 누군가의 말에 나름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회를 잡을 준비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의 실망은... 너무 힘들다. <불행 피하기 기술> 종류의 책을 읽으며 스스로 위안하는 꼴이 아Q와 다를바가 뭐가 있을까.
나만의 사일로를 만들어야한다. 영어 시험을 핑계로 경제학 독서를 뒷전으로 미뤘더니 올 해 내내 읽은 것이 없구나. 10분, 15분이라도 시작해야한다. 벽돌 한 장을 쌓아야 그 위로 계속 쌓을 수 있을 것 아닌가. 내가 구상한 나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다시 한 번 나를 다잡는다.
미국의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계획은 중요하지 않다.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즉 확정된 계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듭해서 계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_24)
당신 자신의 블랙박스를 만들어라. 당신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머릿속을 스치는 모든 가정, 생각, 결론을 기록해보라. 당신의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블랙박스를 찾아보고(물론 이 블랙박스는 추락에서 안전하므로, 수첩이나 공책이면 충분하다) 어떤 생각이 실수로 이어졌는지 정확히 분석해보라. 실수의 원인을 하나씩 밝혀가다 보면 삶은 더 바람직해진다.(_39)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당신이 이렇게 성공한 것이 당신 자신의 노력과 의지력 때문이라고 믿는다면, 그 의지력 역시도 유전자와 환경의 협연 덕분임을 기억하자. 더 행복해질 것이다.(_58)
많은 시인들이 우리의 감정 세계를 깊은 숲에 비유했듯이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깊은 숲에서처럼 길을 잃고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 감정적 자극들로 가득한 수렁에 빠지게 될 뿐이다.(_61)
부정적인 감정을 의지력으로 억누르려고 하면, 도리어 강해지는 것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반면 편안하고 가볍게 대하면, 완전한 마음의 평화에 도달하지는 못해도(그런 수준에는 아무도 이르지 못한다), 어느 정도 침착할 수는 있다.(_64)
과도한 솔직함은 심리적 영역에서의 경계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로써 다른 사람들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당신을 이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며, 스스로를 우습게 만들 뿐 아니라, 공격받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_71)
2차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이자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공인으로서 행동할 때의 모습을 의식적으로 연출했다. ... 이런 제2의 자아는 억지로 꾸며낸 부자연스러운 태도가 아니라, 외부에 대해 프로답고 일관성있게 신뢰감을 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의심, 좌절, 낙심은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일기장이나, 배우자나, 베개를 상대로나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아이젠하워처럼 제2의 자아를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솔직함은 자신이 약속한 것을 지키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원칙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아껴두라. 아무도 그 이상의 솔직함을 원하지 않는다.(_71)
이것이 바로 '초점의 오류(focusing illusion)'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이런 효과를 "당신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는 인생에서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말로 설명한다. 우리가 인생의 한 면에 집중할수록, 그것이 우리 인생에 미치는 충격을 더 과대평가하게 된다.(_81)
되도록 거리를 두고 당신의 삶을 바라보라. 그러면 지금 굉장히 중요해 보이는 것들이 아주 작은 점으로 축소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은 전체적인 그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_83)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1946년에 조사된 미국인의 행복지수를 1970년의 행복지수와 비교했다. 그랬더니 이 기간에 생활수준이 거의 배는 높아졌음에도, 삶의 행복도는 상당히 비슷했다. ... 학자들은 이를 '이스털린의 역설(Esterlin's paradox)'이라 부른다.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져도 행복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학문적 인식을 거슬러, 끊임없이 돈을 더 벌려고 애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된 이유는 부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_94)
당신이 많은 영역에서 평균 혹은 평균 이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최소한 한 가지 면에서 평균을 훨씬 웃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큼은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뛰어난 것 한가지가 못하는 것 천가지를 상쇄한다. 능력의 범위 안에서 들이는 매 시간은 범위를 벗어나서 들이는 시간보다 천 배는 더 가치가 있다.(_106)
일단 능력의 범위가 생기면, 가능한 한 오래 그 안에 머물라. 좋은 배우자를 만났거나, 살기에 적당한 곳, 혹은 충족감을 주는 취미를 찾았다면 그것을 고수하라. ... 찰리 멍거는 "당신은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다른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조금만 더 영리하게 오래오래 가면 된다"라고 말했다.(_112)
둘째, 우리의 삶은 보기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우연이 생각보다 커다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 100년 사이에 우리는 수천년간 인류의 사상적 장비로 자리매김해왔던 운명, 혹은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에 대한 생각을 뇌리에서 거의 지워버렸다. 그래서 사고나 질병, 전쟁, 죽음 등 갑자기 안 좋은 일이 닥치면 너무나 충격을 받는다. ... 오늘날 운명은 '시스템의 고장'정도로 여겨지지만, 운명의 여신에게 다시 필요한 장비를 주고 역할을 하게 한다면 좋은 삶이 될 것이다.(_158)
스토아학파라 불리는 그리스로마 철학자들은 걱정거리들을 날려버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했다. 즉, 당신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면 된다. 반면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일을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_204)
첫째 운명을 받아들여라. 보에티우스 시대에 운명은 곧잘 포르투나 여신의 모습으로 의인화되었다. 이 여신은 계속해서 행복의 바퀴(포르투나의 수레바퀴)를 돌린다. 바퀴가 돌아가다 보면 가장 아랫부분이 가장 윗부분이 되기도 하면서 자리를 교대하게 된다.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은 나중에 다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지금 위에 있건, 아래에 있건 너무 개의치 말라. 모든 것은 다시 돌아갈 수 있다.(_214)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지고, 상호간에 더 연결되어 있을수록, 뜻밖의 운명적 타격이 주어질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러므로 상실에 감정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생각의 도구에 투자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_217)
당신은 카고 컬트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고 컬트는 상당히 널리 확산되어 있다. 경제계에서도 그렇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최고의 직원을 끌어올 수 있다는 희망으로 구글 스타일의 세련된 사무실(미끄럼틀도 설치하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무료 마사지를 받게 하고)을 마련하는가. 얼마나 많은 야심 찬 기업가들이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되고 싶은 희망으로 후드티를 입고 투자자 회의에 나온가.(_303)
좋은 삶을 원한다면 허례허식을 허례허식으로 폭로하고 삶에서 몰아내어 버려라. 형식주의는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시야를 좁게 만든다. ... 그리고 무엇보다 성공의 요인이 진정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성공한 사람들의 행동을 흉내 내지 말라.(_306)
자신의 '사일로(silo, 굴뚝 모양의 곡물 저장 창고-옮긴이)'에서 절대로 고개를 뺴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현상을 살핌으로써 많은 유용한 생각들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늘 자신의 틈새나 능력의 범위를 염두에 두면서 그렇게 해야 한다.(_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