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11.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lucky-yu 2020. 5. 28. 10:16

 

끝끝내

너의 얼굴 바라봄이 반가움이다
너의 목소리 들음이 고마움이다
너의 눈빛 스침이 끝내 기쁨이다

끝끝내

너의 숨소리 듣고 네 옆에
내가 있음이 그냥 행복이다
이 세상 네가 살아있음이
나의 살아있음이고 존재이유다./

딸아이가 며칠전부터 서울 할머니댁에서 지내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해진 나는 몇일을 방황하다가 어제는 퇴근 후 집 근처 서점에 갔다.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들춰보다가 '룬샷(loonshot)'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세상 사람들이 멍청한 소리라고 무시하지만 결국 그 멍청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다. 지금 기억나는건... 노키아가 한참 잘 나갈때 노키아의 어떤 직원이 '앱스토어'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멍청한 아이디어 취급을 받았다. 몇년 후 잡스가 그 아이디어로 아이폰을 만들었고 애플은 대박, 노키아는 쪽박을 찾다는 얘기.

재미있는가? 나는 재미없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빌 게이츠 등등 유명한 사람들이 추천했다고 해서 읽어봤지만 '어떻게 해야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 류의 이야기는 관심없다. 나는 공무원 체질인가보다.

다른 이런 저런 이야기를 찾다가 서가 제일 위쪽 칸에서 '나태주'라는 시인의 이름을 발견했다. 얼마 전 유튜브 '햄연지 티비'에서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딸에게 이 시인의 시를 읽어주었다.  '너를 두고' 라는 시다. 세상 좋은 것을 다 너에게 주고싶다는 마음이 담겨있는.

나는 '끝끝내'라는 시에 눈길이 머물렀다. 정말 나의 마음이다.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고, 딸아이의 심장소리가 가슴벅차다.(가끔 나는 딸의 심장에 귀를 대고 심장소리를 듣는다. 이 인형같은 딸이 사람임을 확인하기 위해.) 윤하가 웃으면 나도 웃음이 나고 행복하다. 딸아이의 눈빛에 사르르 녹는다. 그렇다. 나는 딸바보다.

책을 읽는 내내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딸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구구절절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대놓고 감성적인 감정은 오랜만이다. 가끔은 시도 읽어야겠다. 도전과 불안으로 점철된 내 삶에도 이런 말랑말랑 구석이 있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