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후지하라 가즈히로)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아야할 때 선택받지 못하는 것만큼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없다. 현실도피를 위해 끊임없이 유튜브를 하고, 사무실에서는 미친듯이 일만 한다. 삶의 여백을 두지 않도록. 그래서 괴롭지 않도록.
책을 읽으면 될텐데.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선뜻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애써 집중하고 싶지 않았다. 현실도피는 유튜브로 충분했기에.
그러다 심심해서 가본 사무실 옆 서가에서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의 유용성을 다시 깨닫고 책의 세계로 빠지기 위한 의식을 치뤄보자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뇌회로를 나의 뇌회로로 연결한다는 것. 뉴스와 같은 피상적인 지식만으로는 창의적인 컨텐츠를 만들 수 없다는 것, 독서는 잠재되어 있는 기술, 지식, 경험을 연결시켜 그것들을 유용하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일'이라는 한 가지 산에만 올인하지 말고 독서, 악기 등의 또다른 산을 만들라는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
쉽게 말해 난독(亂讀)을 하라는 말이다. 책의 내용이나 수준을 가리지 말고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뜻밖의 발견이나 기적적인 조우를 의미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특히 과학 연구의 분야에서 실험 도중 실패해서 얻은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을 하거나 발명하는 것을 이르는 말-옮긴이)를 유발할 수도 있다. ..... 그렇다고 처음부터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수박 겉핥기 수준이어도 상관없다. 넓고 얕게 훅을 내밀어 두기만 해도 언제 어디서 무엇이 어떤 것과 연결될지 알 수 없다. 넓고 얕더라도 무언가와 연결되면 나중에 깊숙이 파고들 수도 있다. (_81)
오랜전?부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있다. 훑고 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공간의 광막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 이 서문만으로 나는 이 책에 푹 빠졌다. 그러나 두번 째 장에서 생물학 전공서적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큰 진입장벽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참을 쳐다만 보다가 최근에 다시 훑기 시작했다. 넓고 얕은 훅을 만들어두는 데 중점을 둬야겠다. 그게 안읽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책을 통해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거대한 롤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시뮬레이션을 반복함으로써 인생을 조감할 수 있게 된다. 인생을 평평한 곳에서 바라보면 현재 나아가고 있는 하나의 길밖에 안보인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전체 인생을 바라보면 그 옆에 나 있는 다른 길도 보인다._116
더 많은 책을 읽어서 더 높은 곳에서 인생을 바라볼 수 있기를. 그래서 현재의 고통을 미약한 것으로 느끼길. 가지 않은 다른 길을 발견하고 그 길에 한 발자국 내딛을 용기를 갖게 되기를.
산이 형태를 갖춘다는 말은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이 설 자리가 확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축이 되는 일을 하면서 그 옆을 달리는 커뮤니티에서 교류와 소통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또한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의 교류와 소통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독서의 축적이 효과적이다. 자신이 일하는 조직 사회에서만 단선적으로 살기보다 몇몇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복선적으로 사는 관점을 가져야한다. 인생에서 이런 조감도적 시점을 갖지 못하면 조직에서 조그마한 일로도 궁지로 몰려 시야 협착에 빠지게 되는 위험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_118
나에게는 독서가 또다른 산이다. 회사라는 산에만 몰두하면 그 안에서 어려움이 생겼을 때 사는 것 자체가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가족이 있고, 현실도피 수단으로서의 책이 있고, 내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블로그가 있다. 다른 산들이 있기에 한 곳에서의 괴로움이 다른 곳을 오르면서 희석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