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산책/독서일기

20.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lucky-yu 2019. 6. 10. 10:05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사람들의 이상한 말에 분명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무례한 사람들은 내가 가만히 있는 것에 용기를 얻어 다음에도 비슷한 행동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삶에서 만나는 다음 사람들에게도 용인받은(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행동을 반복했다. 또한 나는 그런 말에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패배감을 쌓아갔고, 그렇게 모인 좌절감은 나보다 약자를 만났을 때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갑질의 낙수효과다.(_22)

팟캐스트 <다독다독>에서 마음이 힘들면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기보다 약한 자를 만났을 때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것처럼 화를 내게 되는 것이라고 < 일단 내 마음부터 안아주세요 >의 저자 윤대현 정신과 의사가 말했다. 이 책의 저자가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타인의 무례함을 수용하다보면 마음이 힘들어지고, 공감능력이 약해져 약자에 공감하지 못하고 조금의 불친절에도 미친듯이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갑질이다. 해외 여행을 하다보면 그들의 일상적 불친절함에 익숙해지게 된다. 그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서비스를 수요하는 사람의 동등한 관계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듯하다. 물건을 사고 팔면 끝인 그런 관계. 서로가 서로에게 지나친 친절을 제공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판매자가 감정노동을 하지 않으니 타인에게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전체 경제를 바라보면 그 사회 속엔 그저 동등한 위치의 판매자와 구매자만 있을 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해외 여행을 마치고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비행기 속 승무원부터 태도가 다르다. 과도한 친절, 행동에 깊숙히 베어있는 고객 섬김 서비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들 승무원은 또 어딘가에서 타인에게 감정노동을 요구하겠지 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고민해 선택한 결과가 대단하지 않더라도 자신조차 시시하게 여기지 말라는 것,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이 선택한 인생에 대해서도 시시하게 여기지 말라는 이야기를 작가는 여러 책에서 반복한다.(_69)

나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사적으로 만나지 않는다. 그들이 주변을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피해를 준다. 딱히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닌데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다. 다른 사람들을 자시노가 같은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해 비판을 받으면 상대 쪽으로 튕겨내 버리는 데에도 능하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과 오래 관계를 맺으면, 그렇지 않았던 사람도 정서적으로 불안해지며 자존감이 급격히 낮아진다.(_100)

한국처럼 서로 자존감을 낮추는 데 바쁘고 권위적인 곳일수록 더더욱 이런 힙합 정신이 필요하다. 남들이 하는 평가를 그대로 믿지 않고, 권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를 리스펙(respect)하는 것. 그렇게 되면 누군가 "가만히 있으라"라고 할 때 가만히 있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_140)

똑똑하고 잘나신 분들이 많은 나의 직장에서 스스로를 리스펙하며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 내가 멀쩡한 정신으로 조직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특히나 같은 조직에 남편이 있다는 원죄로, 아이가 있는 이유로 "가만히 있으라"는 유무언의 압력을 받는 나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신체 언어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메시지를 주고, 스스로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자신감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우선 아주 작게 말하던 목소리를 한 톤 키우고 자세를 똑바로 해보자. 자신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듯한 자세는 스스로에게도 자신감을 주어 성격을 바꾸기도 한다. 자존감이 없어 고민이라면 남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신체 언어부터 점검해보자.(_165)

스스로 '나는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보아주는 것이다. 자신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로 그렇게 믿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_166)

"그럼에도 작가들은 잘 죽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작품만큼이나 그 작품을 쓰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푸모가 작가는 동시에 쓰인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그 작가의 일부도 완성된다. 이 과정은 어떤 경우에도 무효화되지 않는다. 만약 국가가 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불태운다고 해도 그 작품을 쓰기 전으로 그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한 번이라도 공들여 작품을 완성해본 작가라면 그 어떤 비수에도 맞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안다."(_185)

직장 상사는 당신의 멘토가 '원래' 아니다. 사람은 나이가 더 많다고 해서, 경험이 더 많다고 해서 저절로 현명해지지 않는다. ... 자신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강하게 어필하면 직장 상사가 그 속내를 헤어랴줄 것 같은가? 그런 일은 절대 없다. 상사도 사람이다. 위로부터 실적 압박을 받고,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그러니 후배에게 지적을 당하면 합당한 비판일지라도 고깝게 들릴 수밖에. 절대 상사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마라. 불합리한 일을 당하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감정이 진정됐을 때 개별 면담을 하는 것이 좋다.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고민 상감 형식으로 상사에게 질문하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막을 수 있다.(_189)

회사의 명함을 자신과 동일시하다 보면 훗날 자신을 지켜주던 명함이 사라졌을 때 황망해진다. 회사나 회사 사람들에게 너무 큰 가치를 부려하고 너무 많은 것을 바라선 안 된다. ... 회사가 나를 책임지지 않고 회사에서의 관계가 일시적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일로써 만난 사람들에게 갑질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지나치게 헌신하다가 배신감에 울 일도 없고 말이다. 회사의 명함 말고도 나를 설명해줄 일을 밖에서 자꾸 찾고, 회사 동료가 아니어도 나와 놀아줄 사람을 찾아 나서라. 회사에 대해서는 약간 체념한 채로 일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_190)

당시 봉준호 감독은 류승완 감독에게 "난 재능이 없나 봐...우리 제빵사나 할까?"라고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때 그들을 위로한 말은 당시 앞날이 안 보이기로는 자웅을 겨루던 박찬욱 감독이 자주 하던 이야기였다. "재능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스스로 있다고 생각하는 그 믿음이 중요한 거다." ..... 남들이 지적하는 말을 듣고 단점을 없애는 부분만 집중하다 보면 장점도 함께 없어지고 만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단점이 있더라도 특정한 장점이 크게 발휘되는 사람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원래 반짝거렸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수정하다 보면, 결국 그것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_235)

그런데 정작 내가 그런 일을 당하고 나자,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인생이 끝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는 상상을 자꾸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내가 자꾸 되뇌는 것은 이것이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가치 없는 곳에 쓰지 말 것.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_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