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메모 독서법
본격적으로 독서인?의 길로 들어선지 어언 6개월이 되었다. 읽은 내용을 블로그에 글을 올려보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 곳은 책모퉁이를 접어놓기도 하는 등 독서법 관련 서적에서 읽은 대로 실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책을 덮고 나면 내가 원하면 만큼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1-2개월이 지나면 그조차도 읽은 내용이 가물가물했다. 시험보기 전 시험공부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면 불안에 떨곤 했던 나로서는 책을 읽고나서 읽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꺼림칙한 일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메모 독서법>이 다른 읽고싶은 책을 제치고 가장 먼저 나에게 선택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책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보다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책에 밑줄을 긋고, 책 공란에 느낌, 생각 등을 메모하고, 독서 노트(필사 포함)를 쓰며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라고 말한다. 아... 이거슨 내가 시험공부할 때 사용하는 패턴이 아니던가!...ㅠ 머리로는 그럼 그럼.. 그렇지, 옳소! 라고 생각했지만 읽는 내내 정녕 이 방법 밖에 없단 말이가.. 하고 좌절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막 책이 재미있어 지려고 하는데 이 즐거운 독서활동이 나의 시험공부가 될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저자의 팁을 이용하여 나만의 독서전략을 세웠다. 지금의 독서활동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되 책의 내용을 보다 잘 기억해서 나중에 잘 써먹을 수 있도록 하는 전략말이다. 일단 지금처럼 책을 읽고 블로그에 '이 책을 읽었소!'하는 인증글(필사 포함)을 남긴다. 이 인증글은 내가 독서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에 포기할 수가 없다.. 다만 책을 읽을 때 지금처럼 책모퉁이를 접는데 그치지 않고 인상깊은 구절에 밑줄을 긋는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의 지침이 될만하다고 생각되는 책들만 독서노트에 손으로 꾹꾹 눌러 필사하고 독후감을 적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그 책을 어느 정도 뽀갰기에 그 책에 대한 마인드맵을 작성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
아우구스티누스: 책을 읽다가 자네의 영혼을 뒤흔들거나 유쾌하게 만다는 경이로운 문장을 마주칠 때마가 자네의 지적 능력만을 믿지 말고 억지로라도 그것을 외우도록 노력해보게나. 그리고 그것에 대해 깊이 명상하며 친숙한 것으로 만들어보라고. 그러면 어쩌다 고통스런 일이 닥치더라도 자네는 고통을 치유할 문장이 마음속에 새겨진 것처럼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걸세. 자네에게 유익한 것 같은 어떤 문장이든 접하게 되면 분명히 표시해두게. 그렇게 하면 그 표시는 자네의 기억력에서 석회의 역할을 맡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멀리 달아나고 말 걸세. -<<독서의 역사>>, 알베르토 망겔, 세종서적(_24)
다산 정약용은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한 것뿐만 아니라, 책의 중요한 내용을 수집하기 위해 초서(抄書)를 사용했습니다. 초서란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발췌하여 옮겨 적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목적에 걸맞은 부분을 찾아 베껴 쓰면 공부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책을 쓰는 데에도 훌륭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 정약용이 사용한 또 다른 메모 독서법은 질서(疾書)입니다. ... 책을 읽다가 번쩍하고 떠오른 생각과 깨달음이 달아나기 전에 재빨리 종이에 메모하는 것이 '질서'입니다.(_26)
초서(베껴쓰기), 질서(순간적인 깨달음 적기)는 밑줄과 책의 공란을 활용하여 실천해보자!
메모 독서를 하면서 저는 비로소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독서 노트에 꾹꾹 눌러서 쓴 문장들이 제 마음속에 새겨져 삶의 방향을 조금씩 틀었습니다.(_33)
독서노트에 필사 및 느낀점들을 정성스레 적고, 오며가며 자주 봐야 기억에 오래 남을 뿐만 아니라 이 지침들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내 다이어리에 독서노트를 적어보는 건 어떨까?
잠깐 시간이 날 때 책을 펼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천천히 옮겨 적으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책 한 권과 독서 노트만 있으면 그곳이 나만의 휴식처인 케렌시아(querencia)가 됩니다. 독서 노트 쓰기가 일상에 행복을 가져가주는 취미가 되었습니다.(_34)
꼭 해보자! 짬짬이 시간이 날 때 책 한 권을 펼치고 마음에 드는 문장(밑줄 그은 문장)을 필사해보기.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은 지독한 메모광이었습니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5년 동안 항해를 하며 관찰하고 발견한 것들을 끊임없이 수첩에 기록했습니다.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영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자신이 기록한 내용을 끊임없이 읽으며 새로운 암시를 찾아냈습니다. 예전에 기록한 내용을 읽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새로운 사실들을 다시 기록하며 연구했습니다. 그가 갈라파고스 제도를 탐사하면서 만난 각종 동식물에 대해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종의 기원>>은 출간되지 못했을 것입니다.(_70)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모르는 부분을 반복해서 보다보면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아는 것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초능력?을 경험하게 된다.
독서 노트에 이 항목들을 모두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책 정보(읽은 날짜, 책 제목, 저자)와 중요 문장 필사, 두 가지만 해도 좋습니다. 필사를 하다 떠오른 생각이 있으면 적고, 떠오른 것이 없다면 적지 않아도 됩니다. 필사한 문장에 모두 생각을 달 필요는 없습니다.(_88)
부담갖지 말자! 제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베껴 쓰기만 하는 필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단어와 문장을 관찰하고, 글의 구조를 파악하며 필사를 해야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_92)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다가 잘 안읽혀서 장 전체를 필사를 하며 읽은 적이 있다. 필사하는 양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의식적인 필사가 되지 못했고, 결국... 기억이 안난다.ㅠ 타자연습을 했나보다.
그런 좋은 문장을 골라 세심하게 관찰하고, 옮겨 적고, 반복적으로 읽으면 글쓰기 실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_93)
독서 노트를 쓰고 난 이후에 방치하지 말고 종종 시간을 내 읽어보세요. 기억의 유효기간이 한 번 더 연장될 것입니다. ... 미팅 전에 시간이 조금 남았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처럼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독서 노트를 펼치세요. 독서 노트에 책 한 권을 정리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독서 노트에서 책 한 권을 다시 읽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합니다.(_102)
아무래도 나의 다이어리에다가 독서 노트를 작성해야겠다. 저자의 말처럼 독서 노트, 다이어리를 따로 가지고 다니기에는 너무 번거롭다. 결국 독서노트를 안쓰게 될 듯.
tab: 하위 레벨의 가지 생성
enter: 같은 레벨의 가지 생성(_125)
마인드맵을 실제로 적용하게 되면 사용해보자, 탭과 엔터.
독서 노트 쓰기는 숲을 거닐다 마음에 드는 나무 앞에 다가가 바로보는 것과 같습니다. 줄기, 잎, 열매를 관찰하고 보이지 않는 땅속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죠. ... 독서 마인드맵은 숲 전체를 내려다보며 그린 지도입니다. 독서 마인드맵에서는 책을 구성하는 각 장의 핵심 내용이 요약되어 있어 그 내용들이 가지로 서로 연결되어 어떤 관계를 갖는 지 알 수 있죠. ... 책이라는 숲이 어떤 나무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 나무들 사이로 길이 어떻게 나 있는지, 숲의 전체 모습이 어떤지를 볼 수 있습니다.(_137)
히트 상품의 비밀은 MAYA(Most Advanced Yet Acceptable)에 있다고 합니다.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진보적인 상품이 히트 상품이 됩니다. 사람들은 친숙하면서도 놀라운 것에 반응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공유된 글, 베스트셀러가 된 책의 특징은 친숙함과 놀라움이 적당한 비율로 잘 배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_165)
발제 내용 구성 - 저자의 생애와 작품 세계/ 책의 내용 요약 정리/ 발제자의 내용 해석과 책 평가/ 문제 제기(함께 토론할 주제)(_191)
깊이 읽기 능력을 단시간에 키우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독해와 해석 연습을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눈으로만 읽는 소극적인 독서로는 독해와 해석 역량을 키우기 어렵습니다. 깊이 읽기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메모 독서법과 같은 적극적인 독서가 필요합니다.(_226)
"넌 누구지? 넌 참 예쁘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여우야." 여우는 말했다.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슬프단다." 어린 왕자가 제안했다.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거든." 여우가 말했다.(_229)
"넌 아직은 나에겐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 역시 마찬가지일 거야. 난 너에게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_230)
길들여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적용할 줄이야. 어린 왕자를 다시 읽어봐야 겠다. 좋은 책을 시간을 들여 길들여서 나만의 인생 지침으로 만들고 싶다.
추가로 읽어볼만한 책
<책벌레와 메모광>-정민 교수
<직업으로서의 소설>-무라카미 하루키 (여러 책에서 자주 인용..)